죽을 맛이라는데…

서병훈(서울천호초등학교장 역임, 서울교육삼락회 인성교육추진위원 역임)

작성일 : 2017-06-23 14:36 수정일 : 2017-06-23 14:38 작성자 : 동부신문 (dongbunews@naver.com)

 

우리는 일상의 일이 안되거나 기대를 저버리면 흔히 죽을 맛!’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죽을 맛이 어떤지 알고 있으며, 죽음직전의 환경에 처했거나 경험했다는 말인가? 얼마 전 TV뉴스에서는 죽은 줄 알고 입관하였더니, 숨이 돌아와 살았음을 알게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죽을 맛이 어떤지를 알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은 죽을 맛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일이 잘 안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죽을 맛이라며 처한 상황을 비관한다. 결국 죽을 맛이란 자신의 의지를 펴지 못하여 죽음에 이를 정도로 답답한 심정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순신 장군의 어록에는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한자숙어가 있다. 이는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요, 살기를 바라면 죽을 것이라며 부하장병들의 전의(戰意)를 독려한 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죽기를 각오하고 전투에 임하면 적군을 물리칠 수 있다는 뜻이기에, 우리의 일상에서 본다면 생존을 위해서라면 최후의 일각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인 것이다. 그래서 남에게 폐해(弊害)를 끼치지 말고 정의를 행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살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삶임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경제는 우리나라가 경제선진국 G20반열에 오를 정도로 성장하였다. 그래서 행복추구권을 누리고자 휴일을 늘리며, 휴식과 편함, 그리고 즐김의 행복을 찾는다. 그렇지만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도약을 해야 하는 경제현실을 맞게 되었다. 그래서 국가부채순위가 세계의 상위권에 있다는 우리나라는 재정위기설이 난무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직장을 갖지 못하고 방황한다. 이는 우리경제가 장기적 발전의 건실함이 아니라, 단기간의 성과를 가져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기간산업이라 볼 수 있는 세 가지의 기피직업이라는 3D 업종, 즉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직업은 외국인의 일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창조경제를 일으켜야 하는 우리는 휴식과 편함, 그리고 즐김의 일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노후를 걱정한다.

 

우리는 과학문명의 발달이 주는 편리함과 인공지능의 기계적 노동력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제4차 산업혁명을 맞으면서, 우선 1,500여명의 공무원을 채용하는 일자리 창출(?)과 노후보장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급여의 출처와 노후에 제공될 막대한 연금소요를 걱정한다. 또한 우리는 과거 경제개발계획의 자금이었던 공무원급여의 기여금(寄與金)’에 대한 환불이나 보상일 수 있는 공무원연금을 탓한다. 그래서 노후를 위한 국민연금의 보장체제가 더 중요함에도 평안(平安)을 이유로 공무원시험을 선호한다니, 그 모습이 딱하고, 죽을 맛은 아닌지?

 

일상의 모든 일은 쉽지 않으며, 최선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일부 사람은 쉬운 일을 선호하니, 희망을 갖기보다는 절망을 하며 죽을 맛을 느낀다. 이에 우리는 과학문명의 발달과 함께 찾아온 환경의 변화가 편리함과 즐거움, 그리고 괴로움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굳건히 하여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가뭄으로 인해 벼농사를 포기하는 절망감이나, 기승을 부리는 AI조류인플루엔자의 피해를 극복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찾아온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각종 병충해를 이기지 못해 죽을 맛을 느낀다면, 인간의 나약함을 보이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죽을 맛은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펴지 못하여 죽음에 이를 정도로 답답한 심정이다. 그래서 회생의 빛은 안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처한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존의 내일을 기약해야한다. 혹여 사심(私心)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권모술수(權謀術數)를 쓴다면, 이는 열 두 척의 배로 왜적의 함대를 물리친 충무공의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참뜻을 바로 새기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 일도 없건만, 경제성장을 즐기며 3D업종을 기피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따라서 3D업종의 우리기업들이 외국으로 진출하여 국내의 일자리가 줄거나, 과학문명의 부채질로 젊은이들이 설 곳을 잃어 죽을 맛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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