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녕교수의 시조의 향기= 능소화

김귀례

작성일 : 2017-05-29 09:01 작성자 : 동부신문 (dongbunews@naver.com)

 

풀어헤친 옷고름 속눈썹 같은 날에

황톳빛 햇살까지 다홍빛 속살까지

황진이 숨긴 사랑을 닮아가고 있었다.

 

 

담장 밖 출렁이는 파도야 저 파도야

그리움 깊디깊은 바닷속 같은 것을

하늘이 무너지도록 사랑을 노래하라.

 

 

능소화는 그리움의 꽃이다. 옛날 어느 궁녀가 임금님과 하룻밤 성은을 입은 뒤, 타인의 시기와 질투로 임금이 또다시 부르지 않자 오매불망 정든 임금님을 그리다가 상사병으로 숨졌다. 그녀는 그 뒤 담장에 그리움의 꽃으로 환생하여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이 시조는 그러한 능소화의 속성을 아주 잘 그려내고 있다. 첫째 수에서는 풀어헤친 옷고름 속눈썹’, ‘다홍빛 속살같은 시어들이 사랑스런 미감으로 다가와 상당히 농도 짙은 관능적(官能的) 이미지를 풍겨주고 있으며, 둘째 수에서는 담장 너머 사랑하는 임에 대한 바닷속 같은 그리움의 내면세계를 심도 있게 표현해 내고 있다.

 

능소화는 그 고귀함에 빗대어 양반꽃이라고도 하며 꽃말은 명예라고 한다. 명예를 생명보다 더 귀히 여기는 고귀한 여성의 일편단심 지조가 아름다운 능소화의 얼굴이리라. 애정의 농도가 짙은 듯 관능적 색깔이지만, 오늘날 중심을 잃고 지조 없이 처신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참사랑의 소중함을 눈빛으로 말해 주고 있다.

 

 

시평(詩評) : 이광녕(문학박사, 세종문예창작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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