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낙타

민분이

작성일 : 2017-06-19 14:10 작성자 : 동부신문 (dongbunews@naver.com)

 

가쁜 숨 몰아쉰다, 불혹의 지친 낙타

눈자위 그렁그렁 모래알이 깔깔하다

노숙의 속울음 운다 천만 조각 넝마 되어

 

가다 앉아 다리품 쉬고, 가다 앉아 하늘 보고

옹이 지는 뼈마디들 휘청거리는 저물녘에

놓친 꿈 잡을 수 없어 가로등처럼 앉아 있다.

 

찬바람 휩쓸고 간 거리에서 등걸잠 자다

두고 온 살붙이 떠올라 자꾸만 눈 훔치는

등 굽은 낙타 한 마리 새도록 뒤척, 뒤척인다.

 

이 글은 모방론적 관점의 입장에서 볼 때, 냉혹한 현실을 잘 재현해 내고 있다. 차가운 현실 속의 희생자인 노숙자는 타관 땅에 떨어져 나온 등 굽은 낙타다. 낯선 땅의 낙타는 두고 온 살붙이를 그리워하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천만 조각 넝마 되어 등걸잠을 자며 휘청거리다 눈물만을 훔쳐내고 있다. 작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거리를 방황하는 노숙자의 처지를 등 굽은 낙타에 비유하여 현실적 소외자의 풍경을 잘 그려내고 있다. 모방론적 관점은 불변의 리얼리티(reality)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으나, 현실과 인생을 있는 그대로 작품에 재현하거나 반영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독자들에게 진실성과 실감을 제공해 주는 문학적 특징이 있다. 서울 낙타, 멀리 타관 땅에 떨어져 나온 등 굽은 낙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시조를 읊조리면서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정의로운 사회, 사랑과 배려와 진실의 꽃이 피는 밝은 사회를 그려본다.

 

 

시평(詩評) : 이광녕(문학박사, 세종대문예창작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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