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녕 교수의 시조의 향기= 마를린 몬로 장미

안태영

작성일 : 2017-07-03 14:28 작성자 : 동부신문 (dongbunews@naver.com)

 

장미는 가장 깊은 봄날의 막장이다

 

곡괭이 휘둘러서 사랑을 캐던 바람

 

로드힙 가린 열망을 갱도에서 파낸다.

 

 

꽃잎은 빛을 모아 치마를 부풀린다

 

누구도 풀 수 없는 크림빛 질긴 약속

 

씨앗을 땅에 떨구면 눈에 띄지 않는다.

 

 

운명도 봄이 되면 꽃잎이 되는 것을

 

바람이 불 때마다 온몸이 부끄럽다

 

한 생애 수정하려고 모든 것을 버린다.

 

 

이 글은 장미의 속성과 한 때를 풍미했던 명배우 마를린몬로의 짧았던 일생을 떠올리게 한다. 시상의 전개도 장미의 화려함에 따른 일반적 통념의 진술에서 벗어나 무대 뒤에서 펼쳐지고 있는 인간 고뇌와 부끄러움의 실체를 반어적 기법으로 그려내어 그 독특함이 눈길을 끈다. 인생은 연극이 아니고 운명의 실전이다. 장미꽃 같이 화려했던 마를린몬로의 날갯짓도 연극을 한 게 아니고, 막장 갱도 안에서 열망을 캐내며 운명을 개척하며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짊어진 삶의 고뇌와 헝클어진 욕망의 끈은 자기만이 풀어낼 수 있다. 주어진 운명은 봄이 되면 꽃잎이 되기도 하지만, 빛을 머금은 화려한 치마는 바람이 불면 들어 올려진다. 그러기에 바람이 불 때마다 부끄러운 자아의 실체를 감지하게 된다.

 

이 글은 화려한 장미를 소재로 하였지만, 인생을 들여다보는 개성적 안목과 통찰력이 독특하고 의미심장하여 독자들에게 인생 성찰의 기회를 부여해 준다.

 

 

시평(詩評) : 이광녕(문학박사, 세종문예창작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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