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장봉이

작성일 : 2020-09-08 14:55

 

부모님이 쪼그려 앉았던 새 둥지만 한 전답

젊었을 때라 별생각 없이 무심코 끌어안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몇 해

경계도 부러움도 없어 괜찮은가 싶었는데

농사라는 것 만만하게 본 게 내 잘못이다

흙에서 태어난 농부들의 하루살이라는 것이

하루도 쉴 틈 없어 등이 휘는 일이라

이처럼 힘들고 어려울 줄 알았다면

차라리 팔아 치고 다른 직업 찾아 살아볼까도 했지만

배운 것이 고작 농사짓는 일밖에 모르게 되었으니

도시 생각 들 땐 농기계 세워 놓고 먼 산 볼 때 많다

농사를 모르는 도시 사람들이 보기엔

농사짓고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며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로 말들 하지만

듣는 사람은 아름답고 꿈 같은 거짓말이란 걸 안다

해마다 대풍을 다짐해 보며

손톱 발톱 다 닳도록 죽어라 일해 보지만

봄이 오면 당장 농사지을 돈 없지,

영농자금 대출하러 농협에 가야 하지

추수하고 나면 빌린 돈 다 못 갚아 또다시 쩔쩔매야 한다

풍년만 기원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농민은

제자리만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은 인생의

농자천하지대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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