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길

장봉이

작성일 : 2020-10-20 13:13

 

내 가파른 표정을 지켜보는

휘어진 아버지의 길은

나날이 슬픔이었을 것이다

가난한 슬픔은 달을 구워내게 하고

바닥난 슬픔은 텅 빈 봄날의 오후였을 것이다

제비꽃이 드문드문 잔디를 밟을 때면

뗏장은 푸르러 묘지를 뽐내는데

아직 날개를 펴지 못한 까마귀의 눈물은

제멋대로 그려지는 구름을 보며

숭숭 뚫린 마음 구멍에

아버지의 하늘을 넣는다

풀 비린내 진동하는

가슴 시린 아버지의 길은

별빛을 밟을 때도 있고

달빛을 밟을 때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향긋하고 포근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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