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락 칼럼= 어떤 기억은 죽을 때까지 간다

이기락(본지 독자위원회 고문)

작성일 : 2020-12-13 16:33

 

# 정권 초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상당했던 까닭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발족시키는 것이 검찰개혁의 첫 단추인 것처럼 선전해 왔던 여당이 드디어 지난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하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찬성 187, 반대 99,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거대 여당의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번 개정안엔 독소 조항이 수두룩해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7) 의결 정족수를 6명에서 3분의 2(5)로 완화해 야당 거부권을 박탈했을 뿐 아니라 공수처 검사 요건을 변호사 자격 10년에서 7년으로 줄였다(재판·수사·조사 등 5년 이상 경력도 없앴다). 그러면서 임기는 9년으로 늘렸다(임기를 꺾어진 5년도 10년도 아닌’ 9년으로 한 게 참으로 요상하다. 아마도 정권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과 검사를 임명해 권력이 교체되더라도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속셈인 듯하다. 야당은 검찰이 수사 중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원전 의혹 등을 공수처가 강제로 넘겨받아 뭉갤 소지도 크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른 공수처의 모습은 애초 공수처를 지지하던 사람마저 공수처의 목적에 의구심을 품게 하고, 검찰개혁의 정체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도 적지 않게 만들게 됐다. 한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안 표결에 불참했다가 당내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고 한다. 조 의원은 찬·, 기권 중 어느 쪽에도 표결하지 않았으며 그것이 그동안의 제 입장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유일하게 기권을 하면서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의 핵심인 야당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개정안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민주주의 없이 검찰개혁도 없다고 꼬집었다. 두 의원이 개정안에 반기를 든 것은 공수처에 대한 여러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도 여권에선 국회의원의 자율성을 보장한 국회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떤 이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독선과 오만으로 이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당론과 어긋난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로 난타를 당해도 되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 지난 1월 중국 우한발 비행기를 통해 입국한 35세 중국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때만 해도 상황이 이처럼 악화될지 상상도 못했다. 그 후 코로나19는 일상생활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삶의 궤도마저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취업과 건강, 학업, 운동, 사교, 육아, 놀이 등 삶의 질이 모두 나빠졌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스트레스와 우울증, 경제적 결핍을 견디고 이겨내기를 강요받고 있다.

 

지난 8일 영국이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에 자극받아 정부도 최대 4400만 명분의 코로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년 2월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접종 시기는 빨라야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하면 내년에 어떤 성장률 목표, 경제운용 청사진을 내놔도 소용없다. 백신을 얼마나 빨리 보급하느냐가 내년 경제를 좌우할 것이며 상황이 악화할 경우 내년 초 경제에 2차 충격파가 밀려들 것이라는 전망(현대경제연구원)과 내수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경고(KDI)가 이미 나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어떤 대책을 동원하더라도 제대로 된 백신 확보 없이는 백약이 무효란 점을 인식하고 신속하고 충분한 백신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데도 정부가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은 없게 됐다.

 

코로나19 난리에도 어김없이 한 해를 되돌아보는 연말이 찾아왔다. 함께 했던 사람들, 함께 했던 순간들, 지나고 나면 모두가 그립고 소중한 추억들이 되고 어떤 기억들은 죽을 때까지 간다고 했다. 모두 희망과 용기를! <2020.12. 13>

 

< 강동·송파 주민의 대변지 ⓒ 동부신문 & www.dongbu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dongbu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