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不在)

김상옥

작성일 : 2017-08-26 10:44 작성자 : 동부신문 (dongbunews@naver.com)

 

 

문빗장

걸려 있고

섬돌 위엔 신도 없다

 

대낮은

아닌 밤중

이웃마저 부재하고

 

초목만

짙고 푸르러

기척 하나 없는 날

 

 

초정(艸丁) 김상옥(金相沃,1920~2004)의 시조는 섬세하고 유연하며 영롱한 언어 구사가 특징이다. 초정의 작품은 육당과 가람, 그리고 노산과 이호우로 이어지는 현대시조의 형성기에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보편성에서 벗어나 상당히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게 특징이다. ‘초정 김상옥하면 교과서에 실렸던 그의 봉선화백자부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습작 초기에 시조의 전통적 형식 바탕 위에 한국적 서정성의 발현과 섬세한 언어 구사에 충실했던 작가였다.

 

이 단시조 부재(不在)’는 사람의 자취가 완전히 끊어진 부재적 공간을 정적(靜的) 사유의 깊이와 잣대로 적절한 시어를 차용하여 잘 묘사해낸 기법이 눈길을 끈다.

 

완전 부재나 무소유는 어쩌면 완벽함의 극치이다. 초정은 완전한 정적 고요의 공간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여 신비경에까지 접근함으로써 색다른 작품 세계를 아주 잘 그려내고 있다. 고요 가운데 불쑥 내밀고 있는 초목의 짙은 푸르름은 고요 속의 대비 효과와 더불어 정중동의 감각까지 느끼게 하는 독특한 표현이다. 우리네 삶도 때에 따라서는 완전 부재완전 무소유의 경지에 들어감으로써 해탈의 기쁨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시평(詩評) : 이광녕(문학박사, 세종문예창작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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