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앉아서

최남선

작성일 : 2017-09-11 11:52 작성자 : 동부신문 (dongbunews@naver.com)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 하니

 

오마지 않는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1890~1957)은 어두운 시대에 무지몽매한 민중을 계도하면서 개화문명의 빛을 따라 사회를 이끌어간 문화 선구자로서 문학, 역사, 출판 등 다방면에 걸쳐서 그 족적이 두드러진 인물이다.

 

그는 1908년 우리나라 출판사의 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신문관(新文館)’을 설립해 우리나라 초창기 교양잡지 少年지를 발간했고, 소년들을 개화·계몽할 목적으로 신체시 에게서 少年에게를 발표하면서 어두운 민족사의 새 국면을 타개하려고 시도했고 창가, 신체시, 시조 등 새로운 형태의 시가들을 발표해 한국 근대문학의 기틀을 다져나간 인물이다.

 

첫 개인 시조집 백팔번뇌에 실려 있는 이 작품은 육당 작품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을 만하다. 정좌 상태에서 임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시선이 문 쪽으로 쏠리는 서정적 자아의 본모습을 잘 그렸다. 기다리던 임이 살며시 걸어오는 듯 가만히 오는 비는 노크하듯 낙수져서 자아성찰의 고요를 깰 뿐이다. 이글의 절창은 종장으로서 그리움의 표출심리가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는 행위로 절묘하게 묘사되고 있다. 누구든 그리운 임을 기다릴 땐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지 않을까?

 

시평(詩評) : 이광녕(문학박사, 세종문예창작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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