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 먹으면 고래회충에 감염될까?

작성일 : 2020-05-13 16:37

 

생선에서 고래회충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이따금 들어봤을 것이다. 그 징그러운 외형 때문에 혐오감이 앞서지만 사실 생선에 고래회충이 있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회 좋아하는 사람들, 이번 기생충 이야기에 주목하자.

 

극심한 복통의 원인

부산에 사는 68세 여성이 배가 아프다며 응급실에 왔다. “멸치회를 먹고 한 시간 후부터 배가 아프고 토하기 시작했어요.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복통이 심해지다 기절까지 해서 데리고 왔어요.” 보호자는 말했다. 병원 측에선 내시경을 했다. 이럴 수가. 그녀의 위에서 2cm 남짓한 벌레 4마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벌레를 끄집어냈지만 정도는 덜할지언정 통증은 계속됐다. 혹시나 해서 내시경을 한 차례 더 했더니 위벽 위쪽에 한 마리가 더 있었다. 그 한 마리를 마저 꺼낸 뒤에야 여성의 통증은 가라앉았다.

 

여성을 괴롭혔던 벌레의 이름은 고래회충, 학명인 아니사키스로 불리기도 한다. 고래회충은 꽤 유명한 기생충이고 웬만한 바다생선 내장에는 고래회충이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해 바다생선에 들어있는 것은 고래회충 중 유충 단계다. 기생충은 자기에게 맞는 숙주, 즉 종숙주에서만 어른이 되는데 고래회충은 그 이름처럼 고래나 돌고래, 바다사자 등 해산 포유류가 종숙주다. 이들이 바다생선을 잡아먹으면 그 안에 있던 고래회충의 유충들이 고래한테 건너가 어른으로 자란다. 단순히 몸만 커졌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사람과 달리 기생충 세계에선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야 어른 취급을 해준다. 그 알들은 고래의 대변을 통해 밖으로 나가 바닷속으로 퍼진다. 알에서 유충이 나와 플랑크톤의 입에 들어가고, 바다생선 중 플랑크톤 안 먹는 놈이 없다 보니 그들 대부분이 고래회충의 유충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고래회충이 사람 몸에 들어오면

수많은 사람이 생선을 먹고 살며 날생선, 즉 생선회로도 섭취한다. 사람에게 고래회충의 유충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고래회충도 바보는 아닌지라 사람 몸에 들어오자마자 자신이 잘못 들어왔음을 직감한다. 어디론가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사방은 깜깜하고 또 사람 위에서는 위산이라는 쓰디쓴 액체가 분비된다. 어린 고래회충으로선 당혹스러운 상황. 할 수 없이 위벽을 뚫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물론 위벽을 뚫는 건 쉬운 일이 아니어서 머리 일부분을 조금 묻는 데 그치지만 이 과정에서 상복부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회 먹기가 두려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고래회충의 유충은 거의 내장에 있으니 회를 뜰 때 내장만 제거한다면 걸릴 확률은 거의 없다. 어쩌다 물고기의 근육으로 파고들어 생선회 속에 도사리고 있는 놈들이 거의 10만분의 1의 확률로 있긴 하지만 이것 역시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첫째, 고래회충은 길이가 1센티를 넘고 또 꿈틀꿈틀하기까지 하니 맨눈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둘째, 고래회충이 한두 마리 들어간다고 무조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고래회충은 한층 더 증상이 없는데, 왜 그런가 봤더니 아예 종이 달랐다. 학계에서는 우리나라 고래회충을 아예 다른 종으로 독립시켰고 그 이름을 바다표범회충이라 부른다.

 

그럼 위에서 말한 여성은 왜 기절할 만큼 아팠을까? 증상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일 뿐, 부위에 따라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도 있어서다. 특히 그분은 무려 다섯 마리에 걸렸고 그녀가 먹은 것이 멸치회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래회충 유충은 주로 내장에 있다. 그런데 숙주인 생선이 죽으면 내장을 뚫고 근육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신선한 회를 먹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인데, 멸치는 워낙 섬세한 물고기라 그물에 걸리는 즉시 죽어버린다. 그러니 회로 뜰 때쯤엔 이미 고래회충이 근육으로 나온 뒤다.

 

고래회충에 대한 오해

여전히 고래회충을 걱정하실 분들을 위해 세 가지만 더 말씀드린다. 첫째, 과거와 달리 요즘은 물고기를 양식으로 기른다. 플랑크톤을 비롯한 바닷속 갑각류를 먹어야 고래회충이 바다생선으로 가는데 사료를 먹으면 고래회충에 걸리기 힘들다. 수산시장에서 그렇게 많은 회가 팔리는데도 환자 수가 연간 수십 명도 나오지 않는 이유다. 둘째, 고래회충은 열에 약해서 6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금방 죽는다. 몇 년 전 학교급식으로 나온 갈치조림에서 고래회충이 다량 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급식을 만들던 분이 갈치 한 마리에서 내장을 제거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해당 학생들이 혼비백산한 것은 이해하지만 언론이 크게 보도하면서 생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긴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가열해 죽은 고래회충이 사람에게 해로울 리도 없거니와, 고래회충이 웬만한 바다생선엔 다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갈치조림에서 볼펜이나 단추 같은 게 나왔다면 이상한 일이지만, 고래회충이 있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닌가? 끝으로 고래회충이 치료가 안 된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말씀드린다. 기생충의 유충들이 약제에 저항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다량 투여하면 타격을 입는다. 또한 고래회충은 내시경으로 가볍게 제거할 수 있으니 약을 쓸 필요가 없다.

 

<자료: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05월호 발췌,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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