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보릿고개

장봉이

작성일 : 2020-01-07 23:16

 

행상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었던 어머니가

힘겨운 콩나물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빙판 진 골목길을 엉금엄금 걸어가신다.

이따금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는 물기들과

하얀 눈물이 범벅되어 눈발로 나부끼면

어머니의 허기진 아찔한 새벽은

냉랭한 삶의 얼음바닥을 뚫고 일어선다.

익모초보다 더 쓴 입김을 내 뿜으며

목청을 높여 불러야 했던

콩나물 사세요! 의 외침은

어머니의 목과 폐부를 조여오고

헤어진 옥양목 적삼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살을 헤이고 도려냈다.

육신의 고통보다도 더한 아픔은

가난의 공간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는

자식들의 배고픔과 추위였다

희비가 엇갈리는 하루하루의 행상

보금자리 찾아가는 어미 새처럼

휘청대는 걸음으로 집에 와서

아궁이 군불 지피어 자식들 마음 도닥거리면

봄 햇살같이 따스한 온기가 퍼지고

작은 부엌 거뭇한 창호지엔

파란 보리 싹이 피어

어머니의 한숨서린 보릿고개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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