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장봉이

작성일 : 2020-08-18 19:18

 

고춧대와 볏짚들이

모두 벌거벗고 누워버린 논밭들

빨랫줄에 펄럭이는 옥양목 홑이불에서

서울로 시집간 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치가 노래하는 숲에서도

바람이 불면 금방 떨어질 것 같은 잎새에서도

모두가 수분 빠진 구름 같아

쓸쓸하고 공허하다

툇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인심 좋은 촌 아낙네들과 노인들

도란도란 동그란 햇빛 이야기로

더 익어갈 것도 없는 붉은 고추를 말리고

누런 황금 벼의 피를 말리며

농촌을 뜨겁게 뿜어 올리는 한나절

가을이 만들어 내는 촌놈의 걸작품들

이 개떡 같은 뿌듯함이

이 개털 같은 아쉬움이

내일은 김 서린 눈물 한 방울이 되어

속은 짐짓 메스꺼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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