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아 곤차로바_공작새 1911

최서영 (모스크바대학 대학원 러시아 미술사 전공, russartchoi@gmail.com)

작성일 : 2019-01-14 10:22


 

나탈리아 곤차로바는 앞서 소개한 라리오노프의 아내이자 그와 함께 광선주의를 탐구해 나간 러시아 전위화가이다. 그녀는 라리오노프와 1901년 모스크바 회화학교에서 만나 이후 약 60년동안 함께 예술에 종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러시아 화가이기도 한데, 재미있게도 이 나탈리아 곤차로바라는 화가는 러시아 국민 시인 푸쉬킨의 아내와 이름이 똑같다. 이전에도 소개한 바 있지만 푸쉬킨의 아내는 유명한 절세미인이었으며, 한 장교와 바람이 나, 결국 푸쉬킨은 이 장교와의 결투에서 총상으로 죽게 된다. 이렇듯 푸쉬킨의 아내도 꽤 유명인인 덕분에 필자가 나탈리아 곤차로바라는 화가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 여자는 화가가 아니라 푸쉬킨의 아내라고 정정해주는 러시아 사람도 종종 있었다. 우리나라 사 람들도 박수근, 김환기 등 유명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근대 한국 화가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다니지는 않으니 이상한 일도 아닐 것이다.

 

곤차로바는 라리오노프와 함께 광선주의로 이행하기 이전에 신원시주의 스타일의 그림들을 그린다. 신원시주의란 조야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러시아 민중 판화인 루복스타일에 영감을 받아 단순한 선과 색만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의도적으로 단순화된 형태와 러시아의 특징적인 색깔인 빨간색, 초록색 등 원색의 힘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신원시주의 스타일로 그린 이 그림 공작새에 곤차로바는 이집트 스타일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공작새가 어떻게 그려졌길래 이집트 스타일인 것일까? 이집트에서만 자라는 특별한 종류의 공작새일까? 답은 공작새의 머리와 꼬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림에서 공작새의 머리는 새침하게 뒤로 도는 듯이 옆을 향해있으며 꼬리는 화려한 색감을 과시하며 전면으로 활짝 펼쳐져 있다.

 

, 이제 고대 이집트이 벽화를 기억해보자. 이집트 벽화에서 사람들이 묘사된 것을 보면 다소 기괴한 느낌이 든다. 이 위화감은 사람을 묘사할 때 원근법처럼 하나의 시점을 이용하지 않고 다중시점을 사용했기 때문에 생기는 위화감이다. 예를 들어 이집트 벽화에서 사람 몸통의 상반신은 정면으로 그려지는 반면, 다리는 옆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 얼굴은 코의 라인이 잘 드러나는 옆모습이지만, 눈은 정면에서 본 것처럼 타원형으로 그린다.

 

한때 기술의 조야함이라고 저평가됐던 이 이집트 스타일은 근대 들어서 재해석된다. 미라와 피라미드를 만드는 것을 일생의 과업으로 여기며 사후세계를 중시했던 이집트인들이 인체의 불변성, 항구성을 중요시하여 사람 각 신체 부위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조합해 묘사한 것이 바로 이 이집트식 인물화의 정형이라는 것이다.

 

이 공작새도 마찬가지이다. 목을 뒤로 쭉 빼서 가느다란 공작새의 목이 잘 드러나며, 옆을 향한 부리와 정면을 향해 있는 눈에서 이집트식 초상화를 연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공작새의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인 화려한 꼬리깃털이 캔버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색감을 자랑한다. 이집트 스타일이야말로 피카소의 큐비즘의 근원적인 모습 아닐까?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 화가의 실험 정신이 느껴지는 그림인 동시에, 공작새 꼬리깃의 그 화려한 색감 자체만으로도 예술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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