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아방가드 여전사들

최서영 (모스크바대학 대학원 러시아 미술사 전공, russartchoi@gmail.com)

작성일 : 2019-05-25 19:02

 

우리나라 사람들, 아니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인들은 러시아 여자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을 것이다. 아름답고 날씬한 러시아 아가씨, 또 뚱뚱하고 힘이 센 러시아 아줌마.

 

또 여기서 러시아 남자에 대한 짤막한 유머도 소개하고자 한다. 러시아 회사에 출장 온 외국 바이어가 러시아 직원에게 회사에 왜 이렇게 여자 직원이 많고 남자들이 적냐고 물었다. 러시아 사람은 대답하기를 직장생활을 하는 러시아 남자는 전체의 4분의 1이며, 나머지 4분의 1은 술 취해있고, 4분의 1은 집에서 놀고 있으며, 4분의 1은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여자들은 젊어서는 남자들에게 숭배의 대상처럼 여겨지고, 결혼 후에는 술독에 빠진 남편 바가지를 긁으며 혼자 2, 3가지 직업을 가지기도 한다.

 

청장년기를 막론하고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여자들 목소리가 크고 활동도 왕성하다. 이러한 러시아 현재 모습과 마찬가지로 최근 러시아미술기행에서 다루고 있는 1900년대 초반, 말레비치나 타틀린으로 위시되는 러시아 전위예술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한 여류 작가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미술계에서 러시아 아방가르드 여전사들이라 통칭된다.

 

이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여전사들이라고 번역되는데 원래의 단어는 아마조네스, 즉 아마존 여전사들이다. 남자 없이 여자들만의 세계를 이루며 강하고 자립적으로 살아갔던 아마조네스들처럼 러시아 미술계에 한 획을 그으며 그들만의 온전한 세계를 구축해나간 여류 작가들이 있었다.

 

이 러시아 아방가르드 여전사들(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아마조네스)이라는 용어는 1930년대 동시대의 러시아 미래파 시인 베네딕트가 처음 사용했으나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추후 런던, 베네치아, 베를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순회하면서 열린 동명 전시회에서였다.

 

이 전시는 이전에 공작새그림을 통해 소개한 나탈리아 곤차로바를 포함해 6명 러시아 전위미술 여류 화가들의 작품을 대거 소개했는데, 4개월 만에 923,000명이 방문하는 기염을 토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 여류작가들이 아마조네스라는 직관적인 용어로 그룹핑돼 결과적으로 러시아 전위 미술이 전세계 언론과 많은 관람객들 조명을 받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아마조네스라고 묶이는 것이 편협한 시선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6명 작가들은 동시대를 살며 미술사적으로 유사한 흐름을 거쳐갔으나 1910년대부터 30년대까지 회화, 의류디자인, 직물패턴디자인, 포스터디자인, 무대미술 등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의 스타일로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또 다른 접근방식을 생각해본다면 이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묶인 것은 197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떠오른 페미니즘 미술의 열풍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아마조네스들은 러시아의 여성 인권을 위해 싸우지도 않았으며, 여성단체로 활동하지도 않았다. 러시아혁명 전후, 기존 가치관이 전복되는 격변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가로서 존재하며 각자의 작품 창조적인 작품세계를 탐험했을 뿐이다.

 

< 강동·송파 주민의 대변지 ⓒ 동부신문 & www.dongbu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dongbunews@naver.com

러시아 미술 기행 최신 기사

  • 최신 기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