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 스타디움 특별전

최서영 (모스크바대학 대학원 러시아 미술사 전공, russartchoi@gmail.com)

작성일 : 2018-08-19 18:45

 

러시아월드컵 열기가 가시고 그동안 미술관에 우선순위가 밀려 방문하지 못했던 건축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마침 러시아 월드컵을 기념해 모스크바 시내에 위치한 슈세바 건축 박물관에서 스타디움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슈세바는 소비에트 시대의 건축가로,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붉은 광장에 레닌의 시신을 안치한 레닌묘이다.)

 

매표소 직원은 나를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생각했는지 내가 러시아 학생증을 내밀고, 게다가 미술사 전공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입장표를 받으려고 하니 몇 번이고 다시 학생증을 확인한다.

 

스포츠 경기장이라는 가장 역동적인 공간에 대한 고찰이 가장 정적인 공간인 미술관에서 이뤄지는 이전시회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첫 파트는 러시아, 아니 소련 경기장들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소련 붕괴 후 다른 나라가 된 벨라루스의 민스크,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와 같은 소련 주요 도시들의 경기장들도 전시에 포함됐다. 소련 시대에 설계된 경기장 도면들과 경기장의 풍경을 그린 스케치들, 또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두번째 파트는 이번 러시아월드컵 경기장들을 집중 조명한다. 이번 월드컵 경기는 러시아 북서부지역 11개 도시 12개 경기장에서 경기가 진행됐는데 이 경기장들의 모형, 건설 현장 사진과 각종 통계 자료들을 알기 쉽게 전시해 놓았다. 우리나라 경기가 열렸던 니즈니노브고라드, 카잔, 로스토프나도누의 경기장들은 아무래도 좀 더 유심히 보게 됐다.

 

경기장들의 과거와 현재라는 화두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역시 이번 월드컵의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린루즈니끼 경기장이었다. 하나의 작은 전시홀이 루즈니끼 경기장만을 조명하기 위해 할애됐다. 루즈니끼 경기장은 현재까지도 러시아에서 가장 큰 경기장으로 지금은 축구 전용 경기장으로 개조됐으나 하계 올림픽도 열린 곳이다. 1956년 건축 당시 명칭은 중앙 레닌 경기장이었다고 한다.

 

소비에트 시절 러시아에서는 뭐든지 가장 크고 좋은 것, 또 나라를 대표할 만한 것에는 레닌의 이름을 붙였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옛 이름인 레닌그라드, 아직까지도 그 이름이 남아 있는 레닌 도서관 등이 바로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소련 초기 새로운 모스크바 건설을 위한 도시개발 계획에 시민들을 위한 대규모 문화 체육 공간, 또 휴식공간으로서 경기장 역할은 필수적이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선전 선동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을 터다. 소련 경기장들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이 특별전은826일까지 계속된다.

 


 

< 강동·송파 주민의 대변지 ⓒ 동부신문 & www.dongbu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dongbu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