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억

장봉이

작성일 : 2020-11-03 13:11

 

억새, , 내음을 마시니

알몸이 된다

그저 멋대로 배설한

단풍들의 똥 냄새를 맡으니

가을의 기억들이 휴지통에 쌓인다

알록달록하던 누더기를

벗어던진 나무마다

가득 고였다 흘러내리는 피고름

무엇을 더 감추고 무엇을 더 숨기리오

모두 벗어버리고

모두 잃어버려야 하는

절대, 절명의 무심 무아

성스러운 알몸

떠난 자가 남는 자보다

훨씬 더 개운하다는 것

남는 자가 떠난 자보다

훨씬 더 참을 줄 안다는 것

가을은 이렇게

기억을 남기고 겨울잠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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