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장봉이

작성일 : 2020-12-15 13:19

 

소리와 빛만을 안고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수직으로 태양을 떠받들며

음양의 오행을 지키는 기적 하나로

키의 높낮이를 스스로 만들어 부유하며

개화를 거듭하는 신천지

바다에 제 몸을 깎으며

구사일생의 시련으로 깨달음과 해탈을 일군다

활시위를 가르듯 휘어진 모래톱 위엔

살아온 흔적들을 묻은 조개들의 고인돌이 즐비하고

한두 번 오고 가는 물질의 초상으로

영속의 파도는 슬픈 비린내를 게워낸다

저항 없는 기도로 자신을 기원하며

북적거리는 생물들을 품고 안고

습관처럼 짠물에 두 발을 담근 채

아름다운 별을 홀로 보는 권태로움

원시인의 상형문자를 그려내며

미움도 시새움도 없는

너도, 나도,

탐욕이 미처 손을 쓰지 못한

이곳,

우리는 무인도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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