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생

장봉이

작성일 : 2020-12-22 16:49

 

맨살 가슴으로 피어나는 맨드라미가

붉게 물들이는 텅 빈 교정으로

동창들을 하나둘 투망해 본다

비질도 안 된 교실에서

졸려 워 희뿌옇진 칠판을

죽어라 쪼아대던 친구들

회초리 맞으며 사랑을 배우던 친구들

단체 기합에도 웃음으로 들끓던 우정들이

이제 악수도 없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뿔뿔이 흩어지는 안타까운 세월 속에 해체

세상을 지우고 싶어, 늙음을 지우고 싶어

비실비실 거리를 비켜서는 오늘

토큰과 버스의 함수를 회상해 보며

신작로에서 빵집에서 학교길에서

해해거리며 밝게 웃던 여학생들

퀴퀴한 발 냄새를 풍기던 사내동창 놈들

오늘 한둘이라도 마주쳐

얼굴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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