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수행 중

장봉이

작성일 : 2021-02-24 06:27

 

우수경칩에 한강 물이 풀려

남도에 개나리 벚꽃이 만발하여

손짓하며 꼬셔도

만산홍엽이 알록달록 물들어

눈짓하며 꼬셔도

나는 문밖을 나가지 못했다

신축년 새해가 밝으면

그놈이 죽어서 끝날까 기다렸지만

그 꿈 또한 갈래갈래 찢어져 나갔다

사십 넘은 큰며느리가 손자를 출산했는데도

세상 처음 보는 손자를 만날 수도 볼 수도 없어

나는 그냥 상상하며 손자를 그려봐야 했다

부모 형제 아들 며느리를 보고파도

나는 무조건 참아야만 했다.

걷지를 못해서도 아니요

너무 늙어져서도 아니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으려고

혹여 옮기면 어떻게 하나 하는 노심초사로

수행만 하느라 나는 나갈 수가 없다

그 사악한 코로나19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세상천지를 활보하니

언제 누구를 어떻게 공격할지 몰라 절대 나가지 못했다

두려워서도 아니요

무서워서도 아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우주 속에 몸을 숨긴지 오래라

나갈 곳도 나설 곳도 잃어버렸다.

이는 세상과 이웃과 가족과 많은 사람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고독한 침묵의 수행 그것뿐이다.

 

< 강동·송파 주민의 대변지 ⓒ 동부신문 & www.dongbu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dongbu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