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소

신정수(강동구 천호동 거주)

작성일 : 2021-03-03 14:51

 

땅에 기대어 삶을 일궈야 하는 농경사회 속에서 가축이란 농가의 자산이다. 노동의 무게를 나누는 동반자 같은 존재다. 그중에서도 농업이 태동하면서 시작된 소와 인간의 운명적 공생은 수백 수천년 동안 이어져 왔다. 거친 돌밭을 묵묵히 갈고 수확한 곡식을 나르느라 쉼틀없이 굵은 땀을 흘려야 했던 소. 평생 우직하게 농부의 곁을 지키고도 모자라 죽고 나서는 귀한 식재료와 가죽으로 우리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소의 생애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전쟁에 나갈 투구와 갑옷의 재료도 됐고, 겨울철 눈길 위에서도 끄떡없는 신발을 만드는데도 쓰였다.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웅장한 소리를 내는 타악기 북의 탄생에도 소의 가죽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말 못하는 금수라 해도 그 헌신적 삶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했던 선조들은 음력 정월 첫 축일을 소날로 정해 소를 위로하고 대접하는 명절을 쇠었다. 일명 상축일이다. 이날만큼은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콩과 싸라기가 많이 들어간 쇠죽을 쑤어 양껏 먹였다. 도살을 의미하는 도마질을 삼갔으며 소의 휴시기을 방해하지 않도록 방아질도 자제했다.

 

새끼를 낳으면 사람과 같이 금줄을 쳐 주고 봄이 오면 외양간을 가장 먼저 치워졌다. 먼길을 떠날 때는 소의 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짚으로 만든 신발을 신겼다. 받은 만큼 베풀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덕은 가축에게도 예외는 아니였던 모양이다. 40, 50년대만 해도 강동, 송파는 도시 속에 농촌이었다. 두 마차 있는 집은 부자였다. 몽촌에 우리 집에도 소를 집안에서 자고 먹이고 했다. 올해는 소의 해인 만큼 항상 소를 사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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