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이

작성일 : 2021-03-31 11:52

 

새파랗게 젊디젊은 것이

얼굴에 연록 문신하고

흰 다리를 드러내고

주인아저씨에게 눈길 주다

아주머니한테 들켜

생목숨 도리없이 뽑혀

도마 위에서 직육면체 깍두기로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눈길 한번 준 죄 치곤

맑디맑은 이슬 같은 피 뿜어내며

마늘 파 청각 굴 소금

붉은 고춧가루에 피눈물 범벅이라니

눈 비비고 애써 눈길 보내 보지만

어찌 된 이놈의 무 팔자

임의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아주머니 입속에서 야금야금 씹혀간다.

바람 비, 서리 새벽이슬 모두 맞으며

임을 위해 이리도 참아 왔던 이 가을날이

이렇게도 허무할 줄 알았으면

차라리 동치미가 되어 그대 입속이나

톡톡 쏘아가며 씹히기나 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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