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장봉이

작성일 : 2021-06-03 14:47

 

나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늘 아팠다.

눈 온 뒤의 햇살처럼 눈부신 흰 머리카락을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난 안타깝고 너무 죄스러워 눈물이 솟았다.

아버지를 향한 은혜로운 마음은 늘 있었으나

아직 새살도 돋지 않은 이 아들의 인생살이에

비틀거리는 몸 동아린 아우성만 치고

아물지 못한 상처의 딱지만 더덕더덕하다는 핑계로

이 못난 놈은

가슴속에 깊이 들어 있던 아주 쉽고 아름다운 말을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놓아 보지 못하고

한 번도 내 입으로 내색해 본 적 없는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말

구만리 길 보다 더 먼 길을 떠나실 때야,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실 때야,

이 아들은 이제야 입 밖으로 꺼내 봅니다.

어찌하면 좋습니까? 이 못난 아들은

그리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고운 말도 아직 남아 있는데

이제는 어찌하란 말입니까,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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