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장봉이

작성일 : 2021-09-07 16:01

 

생각은 들녘의 안개처럼 묻혀있고

산봉우릴 걸어가는 구름은 어딘가 모르게

하얀 등불 같고 솜 같다.

창문마다 별을 붙인 유리창은

가로등 불에 가려 흐려져 가고

기억은 그림자를 쫓으려고 누리를 지나는데

잊어버리기 위해 가려야 하는 삶

기억하기 위해 떠돌아야 하는 삶

죽어 주기 위해 오늘을 살아야 하는 삶

모든 것이 없을 무로 끝나버릴 삶 속에

이별하기 위해 사랑을 해야 하고

하늘이 푸른 것을 알기 위해 살아야 하는

아픔의 씨줄과 희망의 날줄

뇌리의 깊은 골짜기에는

곰팡이만 잔뜩 낀 기억의 무덤만 늘어나고

질긴 하루를, 오늘을 산다는 것

사랑으로 사랑해야 하는 어리석음을

세상에 걸어 놓고 꺼내지 못하는

치매 같은 심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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