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장봉이

작성일 : 2021-10-12 19:37

 

실바람처럼 소리 없이 사시다가

떼를 쓰듯 꽃상여에 누워

마른 삶, 무정한 세월 인정머리 없이

눈앞에 세상 하나하나 지우시며

가깝고도 아주 먼 길 떠나시던 부모님

발자국 남겨놓은 무성한 들풀 사이로

울창한 숲을 헤치고 안착한 곳

수십 평생 살아온 날들을

단 석 삼 일로 줄이고

몇 삽의 흙과 석회와

잔디로 단장한 둥그런 봉분

술잔 가득 채운 상석 위 술잔에는

노을이 붉게 붉게 출렁거리고

갈대 부서지는 구슬픈 으악 새소리에

먼 산도 다가와 그리움에 낮달을 띄운다.

무릎 꿇고 머리 숙여 참회한다고.

이승으로 다시 오실 리야 있겠냐마는

홍동백서와 어동육서로 대신한다고.

살아생전 불효한 죄가

내 마음에 변명이 진정되겠냐마는

성묘만 하면 그저 솟는 눈물로

나는 철없는 일곱 살 아이가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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